하나열 바이블 스토리 미디어센터

주기도 가운데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내용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얼핏 보면, 우리가 우리 이웃의 죄를 용서했으니까 하나님께 지은 우리의 죄도 용서해 달라는 것처럼 보인다. 즉, 내 이웃이 나에게 지은 죄를 내가 용서한 것을 조건으로 하나님께 지은 나의 죄를 사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적 죄사함은 성경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아야 하는 죄는 고작 나에게 지은 죄를 내가 용서해준 대가로 용서받을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죄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용서 받아야 할 죄는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우리의 힘으로는 결코 지불할 수 없다.

이 주기도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만 달란트 빚진 자의 비유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서 죄용서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 놓으셨다(마 18:23-35). 일만 달란트는 한 개인이 결코 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 채무자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 빚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왕은 그 채무자의 빚을 전부 탕감해 주었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 받아야 할 죄가 일만 달란트 빚진 것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할지라도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을 통해서 우리의 죄를 없었던 것으로 용서해 주신 것이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해서 하나님의 용서를 받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만 달란트 빚을 탕감 받은 자에게 일백 데나리온 빚을 진 사람이 있었다. 일만 달란트 빚을 탕감 받은 자는 자신에게 일백 데나리온 빚을 진자가 그 빚을 갚지 않자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일만 달란트 탕감 받은 자를 불러서 다시 감옥에 가두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탕감을 받은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아주 적은 금액의 빚을 탕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엄청난 은혜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한테 조그마한 손해를 끼치는 사람도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한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하나님의 죄 용서를 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일만 달란트 비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일만 달란트나 되는 죄를 용서받은 사람들이라면, 그 하나님의 죄 용서의 물줄기가 우리를 통해 이웃에게 나타나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하나님의 죄 용서의 물줄기를 가로 막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기도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도 우리에게 빚진 자를 용서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기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만 달란트 빚을 탕감 받고도 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도 우리에게 빚진 자를 용서할 수 있게 하소서’라는 청원은 하나님에 대한 서약을 담고 있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자가 되겠다는 서약이다. 우리는 주기도가 나의 기도가 아니라 ‘우리’의 기도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예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셨다(마 5:44). 좋은 그리스도인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우리 안에서 더러운 것들이 나오고(막 7:15-23), 바리새인들에게 겉은 깨끗하나 안은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셨다(마 23:27).

한국교회는 술·담배 안하고, 제사 안 지내면 예수 잘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술·담배 안하고 제사 안 지낸다고 해서 이 땅에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죄 용서의 물줄기가 우리에게 머무르지 않고 우리를 통해서 우리의 이웃에게로 흘러갈 때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와 동시에 우리도 우리에게 빚진 자를 용서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기도함으로써 이 땅에 진정한 평화의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