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에서 말하는 ‘시험’이라는 용어는 헬라어 ‘페이라스모스’(peirasmo,j)를 번역한 것이다. 이 단어의 기본적인 뜻은 ‘시험, 시련, 유혹’ 등이다. ‘시험’이라는 말은 ‘평가’(test)한다는 것이다. 즉, 평가받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수준과 상태를 깨닫게 하고, 어떤 목표치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시험이다.
학교의 시험, 취직 시험, 각종 고시 등이 그것이다. 때로는 사람의 됨됨이가 어떠한지를 알기 위하여 떠보는 행위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도 우리를 시험하신다. 사람이 시험을 받기 전에는 자신의 능력으로 사는 줄 착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시험을 통해서 우리 신앙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깨닫게 하시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게 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야고보서에는 하나님은 아무도 시험하지 않으신다고 말한다: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약 1:13). 여기에 사용된 ‘시험’도 주기도에서 사용된 시험과 같은 단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시험’이라기보다는 ‘유혹’(temptation)이라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사람이 유혹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유혹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유혹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유혹하지 아니하시느니라’라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성도를 유혹하지 않으시고, 스스로 유혹당하지도 않으신다. 단지 성도를 ‘테스트’(시험)하실 뿐이다. 따라서 주기도에서도 ‘시험’이라기보다는 ‘유혹’(temptation)이라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를 그대로 직역하면 ‘우리를 유혹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시옵고’라고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유혹’은 죄를 범하도록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유혹하고 이끄는 힘 또는 어떤 일, 상태, 방법, 조건 등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가치관이 그리스도인들을 유혹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사탄은 세상의 가치들을 동원해서 우리를 유혹한다. 이 사탄의 유혹이 ‘악’(ponhro,j[포네로스])이다. 이 단어는 사람에게 나쁜 것들(‘나쁜 상태, 악한, 병든, 무가치한, 불행한, 무력한’ 등)을 나타날 때 주로 사용된다. 사탄은 세상의 가치들을 추구하도록 유혹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을 악한/나쁜 상태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시험에 들었다고 말한다. 시험에 들었다고 하지 말고 사탄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따라서 우리가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라고 기도할 때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세상의 가치들을 추구함으로써 악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구원해 주십시오’라는 의미로 기도해야 한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과 악한 상태로부터의 구원은 함께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영적 전투’라고 한다. 오늘날 한국 그리스도인의 영적인 상태는 남북 대치 상태와 흡사하다. 북한의 침략 가능성이 실존하고 있음에도 남한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무감각하다.
마찬가지로 사탄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에도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 무감각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우리의 욕심에 그 원인이 있다(약 1:14). 우리가 이 영적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은 우리가 영적 전투 중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다. 지나치게 무감각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예민해서도 안 된다.
성도들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유혹만 허락되기 때문이다(고전 10:13). 그리고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어야 한다(엡 6:14-17).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악한 상태로 빠지지 않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늘 깨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해야만 한다(엡 6:18). 기도는 우리를 영적 전투에서 승리하게 하는 결정적인 도구다. 결국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인해 우리는 영적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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